애플 비전 프로 그리고 메타 퀘스트 프로

애플이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Vision Pro 에 대해서 발표를 했다.

애플은 왜 Vision Pro 를 만들었을까?
지난 6월 6일에 진행된 wwdc23 에서는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 글래스 아니 Apple Vision Pro 가 드디어 마침내 발표 되었다. 애플의 새로운 라인업, 그리고 비싼 가격 ( 3,499 달러 ) , 그리고 실제로 체험해본 사람도 극소수인 제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관측과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겉모습만 보면 기존의 VR 기기들이 만들어 놓은

애플의 몰입형 헤드셋 발표 덕분에 기존의 VR 사용자, MR 분야의 커뮤니티 , 채널등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토론들이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이 애플다운 새로운 시도를 한다! 라고 극찬을 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VR 경험이 있거나 관련 업무를 했던 분들은 ‘ 이미 있는 기술을 포장해서 이야기한다. ‘, ‘ 너무 비싸기만 하다.’ , ‘ 애플의 몰입형 헤드셋은 실패할 것이다.’ 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런 와중에 그 전까지 VR 헤드셋을 필두로 몰입형 헤드셋 시장에서 대장 역할을 해오던 Meta 의 반응이 궁금했다.

< 메타버스에 진심인 마크 주커버그, 출처 : 메타 >

메타는 이례적으로 대표인 마크 주크버그가 직접 애플의 비전 프로 발표 이후에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보통 타사 혹은 경쟁사의 제품이 나온다고 대표가 직접 언급을 하거나 비판을 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공개된 뉴스가 진짜라면, 아주 이례적인 행보로 보인다.

저커버그 “애플 비전 프로, ‘컴퓨터의 미래’…우리의 ‘비전’ 아니다”
http://www.newsi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938

전반적인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애플의 비전 프로는 너무 비싸고, 또한 소셜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점, 즉 지금까지 메타가 주도해왔던 ‘메타버스’ 와는 영 동 떨어진 개인 사용 목적의 기기라는 것 이다.

앞서 메타는 VR 업계에서 글로벌 히트를 친 퀘스트2의 후속작인 퀘스트3의 올 가을 출시를 발표했었는데, 퀘스트3의 판매가가 499달러, 한국 가격으로 약 73만원에 출시 예정인 것을 보면, 주커버그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 올 가을 출시예정인 메타 퀘스트 3, 출처 :메타 >

지금까지 메타가 주도하에 만들어왔던 VR 기반의 몰입형 시장을 살펴보면, 애플이 발표한 비전 프로는 정말 비싼 기기다. 아직 출시 안한 퀘스트3 대비 무려 5배정도의 아주 비싼 가격이다.

과연 기존의 VR 컨텐츠를 즐기는 유저들중에서, 올 가을이면 73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메타의 신형 VR 기기를 즐길 수 있는데, 빨라도 금년말 아니 거의 높은 확률로 내년 초에 나올 애플의 기기를 무려 5배나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있을까?

심지어 애플은 아직 VR 시장에서 컨텐츠를 출시한 적도 없고, 명확하게 만들어진 마켓도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함이 아닌, 개인적인 컨텐츠 활용만을 위해서는 너무 비싸다는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이 주장은 주커버그가, 아니 메타가 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메타는 작년 말 메타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Pro 라인업인 “메타 퀘스트 프로” 를 1,999$ 에 출시를 했었다.

메타 퀘스트 Pro 공개 제원 및 주요 특징 살펴보기
VR 헤드셋 시장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타(구 페이스북) 퀘스트 Pro 가 공개 되었다. 역대급 가격으로 등장한 퀘스트 프로는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퀘스트 2 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나는 출시전 메타가 발표한 퀘스트 프로의 내용을 보고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서, 사전예약 페이지가 열리고 고민도 안하고 1,999$. 당시에 거의 21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던 호구 였다.

원래 Microsoft Mixed Reality 분야 MVP 로써, MS 의 홀로렌즈2의 후속작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MS 에서 후속 보급형 헤드셋이 출시 될 것 같지는 않았고, 퀘스트 프로의 1,999$ 라는 가격은 홀로렌즈 시리즈에 비해서는 상당히 괜찮은 가격으로 느껴졌다.

또한 퀘스트2를 통해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패스 스루 모드를 활용한 밀폐형 혼합현실은 나와 같은 MR 컨텐츠 관계자들에겐 한줄기 빛 같은 존재였고, 메타버스에 진심인, 그리고 VR 헤드셋의 대장격인 메타가 자신있게 “Pro” 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제품은.. 다소 비싸게 보이더라도 상당히 가치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이러한 큰 기대는 큰 상처로 왔다.

메타가 자신있게 말했던 칼라 패스 스루는 절대로 MR 환경으로써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 아니었고, 초기 모델의 경우에는 UI/UX 도 만들다가 말고 출시한 것 같은 인상이었다.

전반적으로 정말 이 제품이 Pro 라는 이름을 달고 나올만한 제품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퀘스트2 보다는 여러모로 좋긴한데.. 이게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이 가격을 받고 팔만한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 메타 퀘스트 프로의 칼라 패스스루는 실망 그 자체 였다.‌ ‌출처 : https://mixed-news.com/en/how-bad-is-the-video-passthrough-on-the-quest-pro/ >

결국, 나 뿐만 아니라 시장의 사용자들에게도 철저하게 외면 받아 메타는 출시 5개월만에 무려 500$ 라는 가격을 인하하는 정책을 진행해야 했다. 무려 30%의 감가가 된 것이다.

그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기존의 1,499$ 라는 값비싼 가격이 아닌 999$ 라는 가격으로 인하를 하여서, 꽤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VR 기기를 활용하여 컨텐츠를 즐기거나 개발을 하는 개발자들에게도 꽤 좋은 평가를 받는 기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와 같이 Meta 의 발표를 믿고, 처음부터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구매했던 초기 구매자들에겐 어떠한 대응을 해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격인하 당시에 아무런 안내도, 사과도, 대응도, 보상도 없었다.

당연히 나는 엄청나게 실망했지만.. 뭐 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Meta의 비전을 믿은 내가 멍청했고,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구매했던 내 자신이 소비자로써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출시 1년도 안되서 가격을 30%나 낮춘것이 과연 뭐가 문제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봤는데, 내 짧은 상식과 법적인 지식 안에서는 뚜렷하게 뭘로 따져 물어야 될지도 모르겠었다.

그냥, 실망을 크게했고, 자연스럽게 MR 헤드셋에 대한 관심도와 흥미도가 많이 감소한 상태였다.

그러다 이번 애플 비전 프로 발표가 있었고, 메타도 뭔가 대응책을 가동하지 않을까? 싶어서 검색을 해보았다.
그리고 꽤나 흥미로운 글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클리앙에 올라온 글인데, 지난 3월에 메타에서 초기 구매자들에 대해서 크레딧으로 100$ 정도를 보상해준다는 이야기였다.
출처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vr/17963975

< 클리앙 chitsol 님의 정보 공유 >

오호? 그래?

100달라가 어디야.! 하고 메타 계정에도 들어가보고, 메일함에도 들어가봤는데.. 도통 이 크레딧 보상에 대한 안내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메타의 공식 문의 채널을 통해서 문의를 했고, 생각보다 빠르게 하루만에 답장을 받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미 해당 보상은 5월 1일부로 종료가 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아니, 언제 부터 시작했었고, 왜 5월 1일부로 종료가 되는 건데.. 당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도대체 해당 소식을 어디서 볼 수 있었고, 어느 채널을 통해서 안내가 된 건지 재차 문의 해보았다.

그리고 들려온 답변.

요약하자면

“그런거 없음.”

어휴.. 진짜… 처음부터 아무도 안 줬다고 하면 그냥 멍청하게 구매했던 나만 자책하고 말았을 텐데..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고 하니 더 얄밉고 꼴뵈기 싫어지는 메타..

어디 듣보잡 구멍가게가 할 것 같은 운영을 하는 것 같다.
저 안내 해주시는 직원은 무슨 죄가 있겠어.. 라는 생각으로 더 이상의 항의(?) 는 포기했다.

급작스러운 가격 할인에 따라서 항의를 했던 사용자들에게만 이례적으로 “몰래” 지급을 했던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나처럼 호구처럼 가만히 자책을 한 유저 에게는 조용히.. 아무말도 안하고 안내도 안하고 넘어간 것 이 아닐까..

나는 메타의 내부 사정도 모르고, 도대체 메타가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후에 주커버그의 회사 내부 발표를 보고나서, 약간이나마 메타의 생각을 엿 볼수 ( 아니면 나만의 분노를 기반으로 한 착각? ) 있었다.

< 주커버그의 전 직원으로 대상으로한 올핸즈 미팅,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QSDDJV9F>

내 입장에서 내가 구매했던 퀘스트 “프로” “프로” 답지 않은 기기였다.

따라서, 시장의 평가에 강력한 저항을 받았고, 가장 공격 당하기 쉬운, 그리고 급 수정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바로 “가격” 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메타의 경영진은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 재빠르게 “가격” 을 인하하는, 그것도 무려 30%나 인하하는 대책을 냈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기존에 비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쓸만한” 기기로 퀘스트 프로는 재평가 받고 있다.

거기서 메타의 경영진 혹은 주커버그는 앞으로 메타가 가야 할 길에 대한 힌트를 얻었던 게 아닐까. 바로 기술을 바탕 으로한 혁신과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보다는 “가성비” 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

물론, 여러가지 측면에서 메타의 이러한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퀘스트2가 출시후에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것은 저렴한 가격에 어울리지 않은 좋은 품질과 매주 업데이트 되는 엄청난 메타의 직원들의 노력이 수반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도 “Pro” 라는 키워드와 “가성비” 가 잘 어울리는 단어인지는 잘 모르겠다.

현존하는 IT 회사를 제외하고는 애플을 제외하고는 하드웨어, OS, 칩셋, 고객층 등을 아울러서 자신들이 원하는 스펙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이에 맞는 기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없는 것 같다.

실제로 메타 퀘스트 프로도 이따위(?) 로 나온 데에는 퀄컴의 차기 칩셋이 너무 늦게 나와서.. 라는 카더라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원래는 1년은 더 빨리 나왔어야 했다는 이야기등과 상당히 어울리는 루머라고 생각한다. 퀄컴의 XR2+ 칩셋이 예상보다 1년정도 늦게 나왔고, 이로 인해서 기술의 흐름에 비해서 다소 낮은 스펙의 기기가 나왔고, 또한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기기 값 자체도 비싸졌다는 루머..

< 퀄컴이 메타 퀘스트 프로 발표후 공개한 XR2+ gen1 은 3년전에 나온 퀘스트 2 에 들어간 칩셋 대비 약 30% 정도의 성능 향상이 있다고 발표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 : 퀘이사존 https://quasarzone.com/bbs/qn_mobile/views/213852 >

아직 애플 비전 프로는 시장에 나오지 않았고, 실제로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애플의 주장대로 제대로 구동이 된다면, 애플은 “프로” 이름을 달고 나와서 자신들이 구동하고자 하는 비전을 성사 시키는 것이고, 메타는 이미 실패하고 가격을 30% 낮추는 방법으로 시장의 인정을 받는 “가성비” 정책으로 “프로” 를 구체화 시키고 있는 것이 될 것 같다.

어쨌든 애플 비전 “프로” 와 메타 퀘스트 “프로” 의 “PRO” 에 대한 정의는 크게 다른 것 같다.

이례 적으로 주커버그가 전직원들을 모아놓고 애플의 비전 프로 이야기를 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애플이 잘 할까봐, 미리 선수를 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 구현을 못한게 아니야! 우리는 더 싸게 만들어서 시장에 더 많은 이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 접근 법이 다른거야! “

< 왜 갑자기 이 짤이 생각 날까.. 이미지 출처 : 카이지 나무위키>

뭐, 지금이라도 내가 미리 냈던 500$라도 돌려주고 이에 대한 미안함에 추가 보상이라도 해주면, 주커버그의 이런 주장을 인정해주겠다. 실제로 그런다면 퀘스트 프로는 애플 비전 프로에 비해서 꽤 가성비가 좋은 기기가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메타 퀘스트가 시장에서 상대하고 싸워야 할 상대는 “애플” 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잘 만들고 비슷한 가성비가 좋은 중국산 몰입형 헤드셋 업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메타는 주커버그의 발표만 보고 200만원에 가까운 돈을 기꺼이 지출 할 수 있는 나 같은 호구 유저들을 공략할 마음이 별로 없나보다.

사실, 비전 프로의 가격을 보고 구매를 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는데, 메타를 통해서 받은 메일 안내를 받고, 상대적으로 애플 비전 프로를 사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애플은 원래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

< 애플의 CEO 팀쿡은 아이폰 X 출시 당시, 비싼 가격을 할부 프로그램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며, 커피 한잔씩 사먹는 돈을 모으면 아이폰 X를 살수 있다는 류의 이야기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하지만..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106 >

10년 넘게 애플에 돈을 갖다 바치고 있는 호구 사용자 입장에서, 지금 까지 애플은 나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갔지만, 언제나 그 가치를 지켜주는 제품을 구매해왔었다고 생각한다. ( 물론 Magsafe 배터리 팩과 AirTag 처럼 관짝에 쳐박아 버리고 싶은 제품도 있었지만.. )

아이러니하게도 동시대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제품들 중에서 값비싼 애플 제품을 사면 결과적으로 진정한 가성비라는 인식이 생겨버렸다. 해당 가치를 타 기기들로 구현하라면 돈과 비용이 훨씬 드는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279만원 노트북이 ‘가성비’라고?…’맥북 프로’ 어느 정도길래 [배성수의 다다IT선]
https://v.daum.net/v/20230318194401020

어쨌든, 내 짧은 생각과, 퀘스트 프로를 호구처럼 사서 분노에 뇌를 맡겨서 생각해보는 혼자만의 생각으론

메타가, 아니 마크 주커버그가 애플이 참 부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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